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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호


2023년 원주의 문화는 어떠했고, 2024년 원주의 문화는 어떠할까

2023년 원주의 문화는 어떠했고, 2024년 원주의 문화는 어떠할까

원주문화재단 박창호 대표이사 및 실무진 인터뷰 

 

 

 

원주문화재단 박창호 대표이사 ⓒ원주문화재단 제공

 

달력을 또 한 장 넘겼고, 새로운 달력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연말정산과 연간계획을 세우는 시점, 다시 한 계절과 시절이 지나고 있다. 원주문화재단 웹진 전문필진으로서 인터뷰 코너를 맡으며 올해 마지막 12월호 인터뷰이는 원주문화재단 박창호 대표이사로 일찌감치 정해두었다. 민선8기 원주시정 출범 이후 올 1월 원주문화재단 신임 대표로 취임한 박 대표는 전문예술인이 아닌 민간 의료인으로, 첫 무보수 비상근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이 같은 서사가 있어서일까, 개인적으로 원주문화재단 대표이사로서 1년을 보내본 소회와 앞으로의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계획들을 물어보고 싶었다. 담당자를 통해 섭외 의사를 밝혔고, 지난 11월 16일 점심 식사와 차를 나누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전 질문지를 작성하면서 일대일 인터뷰를 염두에 뒀던 터라 재단과 창의문화도시센터 실무자들과 동행한 현장 인터뷰에 다소 어려운 점이 있기도 했으나 오히려 대화가 무르익을수록 박창호 대표이사의 진심을 알 수 있었고, 그 일을 맡은 자가 누구보다 더 정확한 답을 할 수 있을 거란 배려와 지혜로 읽혔다. 남산골 문화센터 인근 카페에서 박창호 대표이사와 원영진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장, 박경희 사무처장, 강근호 시각예술팀 대리와 함께 나눈 대화를 갈무리했다.

 

원주문화재단 인근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 현장 사진(가운데 박창호 대표이사, 시계방향으로 박경희 사무처장, 원영진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장, 권진아 에디터, 강근호 팀장) ⓒ원주문화재단 제공

 

조금 전 식사 중 대화를 들어보니 직원들과 일본에 가시나 봐요. 언제 어떤 이유로 가시나요?

 

박창호 대표이사 / 이달 말에 도쿄에 직원들과 갑니다. 도쿄의 문화예술을 돌아보고 선진사례와 교류를 이루려고 가는데, 강근호 팀장이 일본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기대가 돼요. (웃음)

 

일본 도쿄 문화예술 선진사례 발굴 및 교류를 위한 출장 ⓒ원주문화재단 제공

 

일본 출장 잘 다녀오시고, 다녀온 후기는 기사로 챙겨볼게요. 본격적으로 질문드려요. 원주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취임할 때 지역의 새로운 문화 르네상스 정책을 마련하겠다, “지역 문화 예술계와 소통을 강화하고, 문화재단의 경영평가 점수보다 문화예술인들의 평가를 더욱 소중히 여기겠다고 밝히셨습니다. 이에 대한 소회와 대표님이 구상하는 원주의 새로운 문화 르네상스 정책은 무엇인지 구체적인 설명 듣고 싶어요.

 

박창호 대표이사 / 원주에 우리 것, 원주만의 문화가 있어야 하는데 즉각적으로 생각나는 건 별로 없는 거 같아요. 강릉이나 춘천에 비해 원주만의 뚜렷한 문화가 없어 안타깝기도 하죠. 그런데 반면, 그게 또 원주의 특성이자 가능성일 수 있어요. 그래서 ‘생활 예술의 중요성’을 느끼고 생활 예술의 지원을 확대함으로써 생활 예술의 토대를 공고히 하고 수준을 높이려 해요. 생활 문화는 전문가적 수준은 안 되지만 시민들이 향유하는 취미생활과 같거든요. 그런 면에서 보면 생활 예술은 모든 예술의 기초이기도 하죠.

 

그래서 원주문화재단이 원주 문화 활성화를 위해 생활문화 예술인 참여를 적극 지원하겠다 하신 거군요. 그렇다면 대표님과 원주문화재단이 정의하는 생활문화예술인의 범주는 어떠한가요?

 

박창호 대표이사 / 시민 모두가 이에 해당하죠. 세대와 관계없이요. 창조는 모방에서 시작됐다고 하잖아요. 전문성 있는 문화예술을 접하면 청소년들도 문화예술에 대한 긍정적 생각을 할 수 있겠죠. 그래서 수능 이후에 청소년들이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훌륭한 대중예술 세 팀을 불러왔었어요. 생활 예술인들의 토크 콘서트로 진행하는데, 잘하는 사람에게 왕 포인트 레슨을 해주라고 해요. 짧은 시간에 그런 기회를 많이 제공하려 하죠.

 

원주문화재단과 원주시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가 작년까지만 해도 별도 운영돼 오다가 올 331일 이후 운영 주체가 바뀌면서 재단 내 귀속이 됐는데요, 이로 인해 올해 기존의 사업들이 중단, 축소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올해와 내년, 문화도시 원주의 사업들은 어떻게 운영될 예정인지 궁금합니다.

 

원영진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장 / 원주가 2020년부터 1차 법정 문화도시로 된 계기가 원주가 본래 문화적으로 풍성하고 다양한 도시라서 지정된 게 아니라 시민들이 활기 있게 움직이고 시민들 개개인들마다 서로 다른 문화적 활력이 넘치니까 지정된 거거든요. 정부에서 국비에 시비 합쳐서 매년 30억씩 지원해주면서 문화자원으로 활용해 보라고 해서 된 거죠. 법정 문화도시는 그런 차원에서 일을 시작하고, 원주의 문화자원들을 시민들하고 함께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올해는 센터 특성상 구성 인력이 바뀌고 이전의 사업들이 보류되면서 많은 걸 할 수 없어 아쉬운 면이 많았지만 예산이 부족해서 못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올해는 변화의 과정에서 좀 더 심사숙고하고 실험해보는 거라면 내년에는 좀 더 확대해서 잘하려 준비 중입니다. 이제 막 센터 직원들 신규 채용도 마쳐서 안정적인 센터 구성이 되기도 했고요.

 

대표님과 실무진들이 보기에 원주에서 보다 많은 생활문화예술인들이 배출되고 정주할 수 있게 하는 데 필요한 것들엔 무엇이 있을까요?

 

강근호 시각예술팀 대리 / 문화예술가가 기초이자 중심이 되어야 할 거 같아요.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 쪽 외관에 그래피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피티를 하면 사람들이 제일 걱정하는 게 탈선인데, 무언가 내 속에 있는 것들을 끄집어내어 시도해보는 게 그래피티라서 그런 장을 열어줬으면 해요.

 

박창호 대표이사 / 생활예술인들의 인식도 개선이 되어야겠죠. 예술인 스스로도 도태되거나 안주하지 않게 개인적 노력을 많이 해야겠지만 우리 같은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함춘호 기타연주가를 택했으면 함춘호 외에 다른 기타리스트로 우리도 열심히 해서 이 파이를 키워 나가야겠다, 생각해야 하는데 밥그릇 싸움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어서 결국 그 파이가 크거나 확장하지 못하고 안주하는 거 같아요. 충분한 논의 과정도 아직 많이 모자라고요.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나 중심이 되면 더 발전이 더디고 안 되는 우리가 될 수 있으니 그런 걸 경계해야겠죠.

 

박경희 사무처장 / 저희 원주문화재단이 추구하는 문화는 시민들이 기존에 행복하고 즐거워하는 것들을 분야의 문화예술들을 더 수준 높게, 질 높은 문화를 누리고 소비할 수 있게 주안점을 두고 있어요. 그래서 여러 도전을 하고 있는 건데요. 아직은 미비하겠지만 대표님이 ‘원주만의 문화’를 발굴하는 데 적극적으로 재단 살림을 꾸려가고 있으시니 이런 대표님의 의지가 잘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박창호 대표이사 / 병원에서 일하다가도 또는 일상 중에도 문득 시민들을 위해 어떤 새로운 문화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는데 대체로 원주시립합창단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래서 상임 지휘자에게 자주 전화를 걸어요. 합창단은 단원의 몸, 소리 자체가 악기이기 때문에 시립합창단이 원주 곳곳에 찾아가는 것이 시향에 비해 어렵지 않거든요. 그런 특성을 잘 염두에 둬서 원주시립합창단이 새로운 도전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그러게요. 이제 곧 2024년인데요, 새로운 해에 원주문화재단이 추구하는 목표와 방향, 또 이전과 달라지는 점이 있다면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도 포함해서 전반적인 내년 계획 등을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박창호 대표이사 / 문화 불평등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생활 문화’가 연결될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생활예술인들이 더 많아지고 원주에 정주하고 싶어져야 해요. 정책적으로나 재단의 역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해서 전달하고 싶어요.

 

원영진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장 / 원주 인구가 36만이 넘었잖아요. 그런 만큼 도시로서 문화적 역량이나 기초 체질은 이미 잘 갖춰져 있다 판단됩니다. 그렇기에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아무 시도를 안 하는 게 더 큰 죄인 거 같단 생각을 해요.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도 내년이 5년 차에 접어드는 만큼 그동안 ‘36만 5천 개의 문화도시’라는 시민 중심의 슬로건에 걸맞게 원주만의 독창적인 시도를 할 수 있게 노력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지난 7월부터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장을 맡으며 이전의 문화도시 사업을 면밀히 검토, 살펴보고 계승하고 보완할 것, 새롭게 시도할 것들을 찾아나가고 있어요.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나은 문화사업으로 시민들을 만나려 하니 기대해주세요.

 

식사와 차를 나누는 2시간여 동안 비교적 자유롭고 평등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웹진 구독자들을 위해 편집하느라 현장에서 한 말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부분도 있음을 양해해주기 바란다. 원주시민 다수가 알고 있듯 원주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는 3월 31일부로 전 직원이 퇴사한 뒤 문화도시 원주의 거점 공간이었던 진달래홀의 문도 굳게 닫히고 많은 시간 지난 3년에 비해 조용한 한 해를 보냈다. 필자 개인적으로도 작년 12월 27일에 출간된 『엄마의 브랜드 vol.1』 출간 기념회 및 전시를 진달래홀에서 2월에 한 달여간 진행했고, 전시에 참석한 사람들로부터 시민 모두에게 개방된 모두의 공간을 반가워했다.

 

진달래홀뿐 아니라 신명관 1층 카페테리아도 다소 적막한 분위기가 지속되어 아쉬운 마음이 있었는데, 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12월호 원고를 마감하던 지난 13~14일 오랜만에 남산골 문화센터 신명관 2층을 갈 일이 생겼다. 그곳에서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 주관으로 <4090 시민문화 집현전 자유토론> 프로그램이 양일간 진행되었고, 필자는 스태프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원주에서 4090 세대 중심의 동아리 중 내년 지원사업을 도전할 의향이 있거나 동아리의 변화를 도모하고 싶은 동아리 다섯 팀을 선별하여 이틀간 자유토론으로 전국의 문화기획자들이 멘토가 되어 각 동아리의 현실과 고민, 비전을 듣고 ‘2024년 계획’을 기획서로 작성하여 5분 PT 후 외부 전문가 두 분의 피드백을 듣는 것으로 끝이 났다.

 

청년 세대의 문화기획자이자 편집자로서 시니어들의 다양한 취미생활을 엿볼 수 있었고, 이것이야말로 원주문화재단이 말하는 생활문화예술이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생활 속에서 우리가 즐기고 향유하고 소비하는 모든 것들이 ‘문화’ 아닌가. 2023년, 새롭게 생겨난 지역 축제들도 있었지만 1963년 개관해 환갑을 맞이한 원주의 오래된 단관극장인 아카데미극장이 철거되는 일도 있었다. 이로 인해 다수의 시민들은 트라우마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이 모든 과정을 직간접적으로 겪으면서 ‘문화’는 정치적 진영의 논리로 구분되는 게 아니라 ‘원주’라는 지역 안에서 살아가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지역의 문화재나 지형의 특징, 역사 등 유형적 자원에서 개개인의 취향과 세대 간 경험의 차이, 관점으로 생기는 무형적 자원 모두가 포함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2024년에는 올해보다 더 폭넓고 너그럽게, 세대가 달라도 공감하고 협업하며 확장되는, 그래서 그것이 바로 ‘원주만의 고유한 문화자원’임을 언젠가 세상에 소개할 수 있는 날이 오기 바란다.

 

글/원주문화웹진 전문필진 권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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