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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호


낮은 음으로 깊은 감동을 주는 이정경 첼리스트

[원주의 엄마 예술가. 04]

낮은 음으로 깊은 감동을 주는

이정경 첼리스트

<편집자 주> 원주에서 ‘일하는 엄마’로 살아가며, 여성들의 서사에 귀를 기울이는 편집자이자 『엄마의 브랜드 vol.1』을 출간한 필자는 [원주의 엄마 예술가] 코너를 통해 원주에서 엄마로, 예술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현악기 중 커다란 몸집을 가진 첼로는 낮은 음역대를 연주하는 악기다. 낮으면서도 섬세한 첼로의 선율을 듣고 있노라면 어느새 마음속 깊은 곳에 진한 감동이 여울진다. 무실동에 위치한 음악학원의 첼로 원장인 이정경 첼리스트는 세 딸의 엄마이자, 학생들에게 첼로를 지도하는 음악교육자이자, 앙상블과 오케스트라의 멤버다. 열두 살 때부터 30년 넘게 ‘첼로’와 함께하고 있는 이정경 첼리스트를 만나 엄마 예술가로 사는 삶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정경 첼리스트 / 사진 제공. 이정경

 

Q.첼로를 언제 처음 만나게 되었고 그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삼육초등학교에 다녔는데 제가 5학년 때 기악 파트가 생겼어요. 엄마의 권유로 첼로를 시작하게 됐는데, 해보니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렇게 배우기 시작해서 6학년 때 콩쿠르에 나가 상을 타게 됐어요. 그게 계기가 되어 중학교에 입학하고 음악 선생님의 소개로 이택성 선생님께 첼로 레슨을 받게 됐어요. 당시 원주에는 첼로 선생님이 별로 없었는데 이택성 선생님을 만난 계기로 첼로를 본격적으로 배우고 연주하기 시작했죠.

 

Q.지금 활동하고 있는 앙상블 첼로살이가 이택성 선생님 제자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라고 들었어요. 어릴 적 첼로를 가르쳐줬던 선생님과 세월이 지나도 함께 연을 이어가는 것도 멋지고, 이 활동에 꽤 의미가 남다를 거 같아요.

 

맞아요. ‘첼로살이’는 되게 뜻깊은 오케스트라예요. 저의 선생님과 선생님의 제자인 우리와 또 저의 제자인 학생들이 만든 단체거든요. 제가 선생님과의 첫 연주회 때 마지막 곡을 연주하면서 눈물이 좀 날 뻔했어요. 선생님께서 저희 가르치실 때 제가 막내였는데 그랬던 저와 저의 제자가 함께 연출하는 자리였다고 하시는데 울컥하더라고요. ‘첼로살이’는 현재 4회까지 연주회를 열었고 내년 1~2월경에 5회 연주회를 계획하고 있어요.

 

연습 중인 첼로살이오케스트라 / 사진 제공. 이정경

 

Q.그렇게 시작한 첼로를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으니 꽤 오랜 시간인데요,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질리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첼로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첼로의 소리가 너무 좋았고 연습도 재밌었어요. 악기의 특성상 첼로는 연습한 만큼 성과가 나잖아요. 연습하면 할수록 좋아지니 첼로는 끝까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강했고요. 내가 하는 만큼 성장하는 게 눈에 보여서 더 지속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속상한 일이 있을 때 연주하면서 위로를 얻기도 했고요.

 

Q.정직하게 쌓아가는 시간만큼 결과를 보여주니 첼로를 놓지 않았던 거군요. 정경 님은 연주자와 교육자 모두 하고 있는데 두 역할에 대한 차이점은 어떤가요?

 

연주자와 교육자 모두 저에겐 즐거운 일이에요. 음악을 하기 때문인지 삶이 항상 즐겁다고 느껴요. 물론 아이들을 가르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원을 운영하는 입장이니 사람을 상대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지만 힘들지 않은 일이 없잖아요. 대체로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해서 그런지 일에 대한 스트레스는 별로 없어요. 연주할 때는 스스로 힐링하는 시간이고요. 가르칠 땐 아이들이 성장해 가는 걸 보는 게 기쁨이에요. 제가 아이들에게 ‘청출어람이 따로 없다’고 그러는데 저보다 뛰어난 학생들이 많아요.

 

음악학원의 첼로 레슨실

 

Q.교회에서 봉사도 많이 하신다고요. 주일엔 어떤 봉사를 하고 계시나요?

 

교회에선 영아부 교사를 맡고 있는데요, 저는 7시 30분에 1부 예배를 드리고 집에 와서 제 아이들 밥 챙겨주고 11시 예배에 영아부 교사를 맡으러 가죠. 토요일에 하는 아기 학교에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아이들 보는 게 저에겐 힐링이에요. 교회에서도 ‘소년소녀 유스 오케스트라’를 창단해서 아이들과 연주도 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주말에도 봉사하면 힘들지 않냐 묻는데 저는 즐거워요. 내가 봉사할 수 있는 게 기쁜 거죠. 물론 이렇게 바쁘게 생활하니 정작 제 아이들을 챙겨주는 데에는 부족함이 많은 엄마예요.

 

Q.딸이 셋인데 출산하고도 3주밖에 쉬지 않고 일하셨으니 가족이나 주변의 도움 없이는 일과 육아를 양립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어떻게 돌파했나요?

 

친정엄마가 아이들을 봐주셨는데 한 5년 전쯤 돌아가셨어요. 그러고 나서는 제가 혼자 아이들을 돌보며 일도 이어가고 있는데 주위 사람들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신랑과는 결혼 초기부터 주말 부부로 살았기 때문에 엄마의 빈자리가 엄청 크더라고요. 지금은 주변 분들 도움도 받고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컸기 때문에 잘 적응하며 지내고 있어요.

 

Q.막내는 초등학생이지만 첫째와 둘째는 중학생이다 보니 사춘기 시기를 보내고 있을 거 같아요. 사춘기 딸을 키우면서 부딪히는 갈등도 있었을 텐데 어떠셨나요?

 

어려웠죠. (웃음) 큰애는 지금은 사춘기가 지나갔고 둘째가 왔는데 자매여도 서로 다르게 오더라고요. 큰애를 경험하고 나니 둘째를 대할 때는 좀 더 여유가 생기긴 했어요. 갈등이 생겼을 때 전에는 이건 아니다, 저건 아니다 하면서 아이의 태도를 교정하려 했었는데 지금은 내버려 두는 편이에요. 그러면 30분 정도 혼자 있다가 다시 ‘엄마~’하면서 오더라고요. 큰애 때는 그걸 잡아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마음이 강했고 그게 아이를 위한 거라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제가 아이의 변화를 못 참는 성격이었더라고요. 큰애에겐 좀 미안한 마음이 있죠.

 

Q.첫째를 키울 땐 엄마도 처음이니까요. 아무래도 음악 전공자이니 자녀의 음악적 소양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될 거 같은데요, 어떤가요?

 

제 생활이 음악에 늘 노출되어 있잖아요. 맨날 연주하고 아이들도 데리고 다니고 하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겠죠. 큰애는 공부를 곧잘 해서 그 길로 가게 뒀는데 올 1월에 음악을 정말 하고 싶다고 해서 늦게나마 지금부터 음악 공부를 하고 있어요. 막내는 자기가 음악 전공을 해야 하는 줄 알고 즐겁게 또 열심히 피아노 배우고 있고요. 둘째는 미술 쪽으로 진로를 정해서 공부하고 있어요. 제가 공부를 해본 게 아니다 보니 예술 쪽으로 아이들이 진로를 정하고 그것을 뒷바라지하는 게 좀 더 편한 거 같아요.

 

Q.엄마의 음악적 소양을 닮아 아이들이 원하는 길로 잘 갈 거 같습니다. 정경 님의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은 무엇인가요?

 

제 일도 착실히 하면서 저희 아이들이 음악으로 진로를 정하고 하고 있으니 그 부분을 더 도와주고 싶어요. 그동안 매일 다른 집 아이들만 열심히 키우는 선생님의 역할을 했었어서 저희 아이들한텐 늘 미안함이 있었거든요. 지금 하는 일로도, 엄마로도 잘 균형을 맞추고 싶네요.

 

글.사진/ 원주문화웹진 전문필진 권진아

  • 익명 댓글:

    음악하는 첫째 딸이라니 정말 아름답고 예쁜 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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