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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호


치악예술관의 서른 즈음에

치악예술관의 서른 즈음에

-지역 공공극장의 미래를 그려보기

 

 

원주 시민이라면 치악예술관에 대한 기억을 한 조각씩 가지고 있을 것이다. 공연과 전시를 보기 위해서, 혹은 행사의 참석자와 출연자 등 여러 이유로 각자의 시간 안에서 다른 모습으로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원주 문화예술의 상징적 공간인 치악예술관은 1994년 개관하여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공연예술과 시각예술 분야에서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예술 창구가 되어주었다. 지역주민들의 기억이 켜켜이 쌓인 이 공간의 미래를 함께 상상해보기 위해 지난 시간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지역 문예회관이 가지는 의미, 치악예술관의 30년 그리고 치악예술관의 생생한 현재 모습을 톺아볼 것이다.

 

 

 

지역 문예회관이란?

지역의 문예회관은 정부 차원에서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1지자체 1문예회관’ 정책으로 각 지역에 만들어졌다. 원주 치악예술관은 1994년 개관하여 리모델링을 거치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극장이 운영되고 있다. 지역의 문예회관에서는 공연과 전시 외에도 각종 행사 등이 이루어진다. 서울과 수도권에 비해 공간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하나의 극장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해왔다. 원주 치악예술관도 복합문화시설로 이용해왔다.

 

치악예술관은 1994년 개관하여 2017년 보완공사를 진행하고 재개관했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가장 큰 변화는 객석 의자를 전면 교체하면서 기존 660석을 600석으로 조정하여 좌석 앞뒤와 좌우 간격이 한결 여유로워졌고 장애인 경사로를 신설하여 휠체어 이동이 가능하도록 보완공사를 했다는 점이다. 이밖에도 공연장 마감재를 교체하고 음향, 조명 등 부속 설비를 보강하면서 시설의 수준을 높였다. 근래에 치악예술관을 방문해보았다면, 좌석 시야가 쾌적하고 음향이 선명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여러 변화를 거쳐온 치악예술관의 지하에는 원주문화재단 사무실이 있었다. 현 남산골 문화센터(구 원주여자고등학교)로 이전하면서 지하에 공간이 생겨 현재는 대관이 가능한 세미나실로 운영하고 있다.

 

 

치악예술관의 잠재력

원주는 문화예술이 찬란하게 펼쳐질 수 있는, 준비된 지역이라 할 수 있다. 풍부한 예술 자원이 갖추어져 있고, 더불어 지역 역사 자원 또한 풍부하다. 이러한 환경을 기반으로 예술 활동을 이어가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예술인들이 성장하고 있으며 시민 중심의 생활예술 분야도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예술공간 또한, 타 도시와 비교하여 부족한 실정이더라도 현존하는 원주 예술공간의 활용을 치열하게 고민하다 보면 지금보다 더욱 활발한 예술의 장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그 중심 역할을 지역의 공공극장인 치악예술관이 충족해준다면 예술가와 시민이 예술로 소통하는 도시가 될 것이다.

 

치악예술관은 원주 교통 중심지에 위치하며 멀지 않은 곳에 다수의 문화예술 공간과 인접해 있다. 치악예술관을 중심으로 동쪽으로는 댄싱공연장, 원주향교와 남산골문화센터, 서쪽으로는 원주문화원과 한지테마파크가 지도상의 점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인접한 구도심에는 강원감영과 소공연장, 아카데미 극장이 존재한다. 또한, 공연장 인근에 다수의 아파트 단지와 체육시설이 있어 항상 사람들의 이동성이 높다. 이러한 위치적 특성을 활용하면 더욱 다양한 예술가와 시민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가볍게만 살펴보아도 원주의 문화예술 자원이 다양하며 잠재력을 가진 걸 느낄 수 있다.

 

‘미디어아트전 <빛:展>’ 중

 

지역의 문화예술

원주는 토박이도 많지만, 이주민이 많은 도시이다. 역사적으로 교통이 발달한 지역이고, 대학교도 여러 개가 있어 유동인구가 많아 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에 집중된 현재 문화예술 환경에서 지역은 소외되기 쉽다. 이러한 문화예술 환경에서는 지역에서 공공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원주가 가진 치악예술관은 원주의 문화예술에서 중심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비어있는 극장에 다양한 상상을 시도하며 더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장소로 변모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가 사는 원주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로 문예회관 혹은 아트센터의 공간 활용과 운영의 중요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지역마다 위치한 문예회관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만들어진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는 문화예술회관의 균형발전·상호협력증진·예술유통 등 문화예술 진흥을 도모하기 위해 1996년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유관기관이다. 양질의 공연을 발굴하고 지역의 문예회관에 유통하는 사업을 진행한다.

 

치악예술관의 지나온 시간을 돌아본 이번 기회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정리된 문화예술 데이터베이스가 부족하고, 분석할 수 있는 통계자료가 마땅치 않아서 명확한 분석을 시도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용자로 치악예술관을 방문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은 공연장 로비가 협소하여 불편한 적이 있고, 현재는 지하에 있던 ‘카페 1994’가 운영을 중단하여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Korean Breath : 만파(萬波)’

 

치악예술관의 지금은?

올해 3월에서 9월까지 치악예술관에서 열린 공연은 총 15개이다. 원주시립교향악단과 원주시립합창단의 정기공연이 이루어졌고, 원주문화재단의 기획공연과 어린이뮤지컬이 올라왔다. 만족도가 높은 공연이 이루어진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대다수 공연은 클래식 음악 공연으로 장르의 폭이 좁은 편이다. 36만이 넘는 원주 시민의 예술 욕구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을 것이다.

 

 

필자는 지난 9월 치악예술관을 세 번 찾았다. 원주시립합창단 제105회 정기연주회 ‘바흐칸타타시리즈 Ⅵ’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의 방방곡곡 문화공감 민간 우수 공연인 ‘Korean Breath : 만파(萬波)’ 그리고 치악예술관 전시실에서 열린 원주문화재단의 기획전시 ‘미디어아트전 <빛:展>’이었다.

 

시립합창단의 공연 날은 거의 만석으로 지역 주민들의 응원으로 가득 찬 공연이었다. 반면, 기획공연의 ‘만파’ 공연에는 좌석의 반이 채워지지 않았다. 재즈와 국악과 탈춤을 키워드로 관객들에게 위로와 치유를 선사하는 공연이었음에도 많은 시민들과 함께하지 못함이 아쉬웠다. 치악예술관 지하 전시실에서 열린 ‘미디어아트전’은 미디어아트를 매체로 생경하면서도 친근했다.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인터랙션 작품도 있어 적극적으로 작품에 개입할 수 있고, 전시장을 나가는 동선에 관객참여 공간도 있었다. 영상기술을 활용한 작품을 지역에서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함께 상상하기

앞으로의 치악예술관은 어떤 모습일까. 어떤 미래를 우리가 함께 상상하고 그려볼 수 있을까. 지난 30년 동안 분명 많은 역할을 해왔다. 공연 상주단체가 있던 시기도 있고, 지하 카페에서 연극을 볼 수도 있었다. 졸업식의 공간이기도 하며, 출연자로 무대에 올라가 본 시민도 많을 것이다. 이러한 공간의 역사를 바탕으로 다시 새로운 치악예술관을 상상해본다.

 

필자는 치악예술관이 원주 문화예술에서 든든한 중심축이 되어주길 바란다. 지역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장이 되고, 예술교육을 경험할 수 있고, 조건에 따른 차별 없이 누구나 환대받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지역민들이 편안하게 드나들고 예술적인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공간, 더불어 예술인과 시민이 예술의 언어로 소통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내가 사는 지역 안에서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이 하나 있다면 매력적이지 않은가. 그렇게 이곳에서 원주 시민과 인접 지역민들이 긍정적인 감각을 체화하여 각자의 더 나은 일상을 보내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어떨까. 함께 치열하게 상상하여 우리에게 펼쳐지길 바란다.

 

 

글.사진/ 원주문화웹진 청년기자 조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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