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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호


상호 호혜적인 예술가들의 세계 : 창작교류에 대한 몇 가지 시선

상호 호혜적인 예술가들의 세계 : 창작교류에 대한 몇 가지 시선

 

 

우리들이 예술가에게 정말 고마워해야하는 것은

우리가 볼 수 있는 하나의 세계를 넘어

세상에 존재하는 예술가의 수만큼 많은 세계를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 마르셀 프루스트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1913-1927)만으로도 20세기 최대의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이다.

그로부터 100여년이 흐른 지금, 세상에 존재하는 예술가들은 서로를 직접 조우할 수 있게 되었다. 예술가들은 서로를 향해 먼 바다와 광활한 땅을 기꺼이 건너가, 창작세계를 공유하고 관찰하고 융합해가며 더 많은 세계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다른, 나라와의 창작교류에 관하여

2022년 7월, 한국-인도네시아 공동창작공연 제작을 위해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외곽에 위치한 글라텐 마을로 창작 리서치와 쇼케이스를 다녀왔다. 현지 리서치 과정 중 하나로서 글라텐 마을 인근의 학교, 커뮤니티, 마을 단위로 사람들이 모여서 다함께 춤을 추는 자리에 함께했다. 족자카르타의 역사가 서려있는 사원 근처 광장에 모여서, 이른 오후부터 해질녘까지 그룹별로 준비한 전통 춤을 선보이는 대규모 행사였다. 적게는 몇 명부터 많게는 몇 십 명의 사람들로 구성된 그룹들이 순서대로 무대에 오르는, 일정한 형식을 갖춘 진귀한 공연이었다. 인도네시아 예술가의 말에 따르면, 이 대규모 공연은 2주일에 한번 씩 빠짐없이 열리고 있으며 모든 사람들이 이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한다. 어린 아이부터 청소년, 성인, 노인까지 몇 세대가 주기적으로(그것도 자주) 한 자리에 모여 전통 춤을 추고, 보는 나라가 과연 이 세계에 몇이나 될까.

 

인도네시아는 공연예술 분야에서 전통을 깊이 유지하고 있는 나라이자, 전통이 일상 곳곳에 존재하는 독보적인 문화성을 지니고 있는 나라다. 역사적으로 문화예술을 즐겨왔던 왕가의 영향으로 인도네시아 사람들 대부분이 예술가와 다름없다. 특히 족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에서 예술이 가장 발달한 도시이자 수많은 예술가들을 배출한 지역이다. 어릴 때부터 모두가 자연스럽게 전통을 접하고 다함께 춤을 추는 등, 이렇게 일상 속에 내재된 방식은 인도네시아가 전통을 강하게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 중의 하나다.

2022년 7월, 한국-인도네시아 간 공동창작공연은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를 거쳐, 강원도 원주에서, 경남 마산에서 선보였으며, 그리고 다시금 인도네시아 현지에서의 후속 작업을 도모하고 있다.

창작교류는 한 편의 공연을 함께 완성하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류하는 나라의 오랜 역사와 예술과 문화, 이를 지켜온 삶의 방식을 알아가고 이해하는 과정이 병행되었을 때 더욱 유의미한 과정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상호 호혜적인 창작교류에 관하여

여기서, 상호 호혜적인 창작교류에 대해 생각해본다.

 

상호 호혜성은 수평적으로 대등하게 만나 서로를 존중하면서, 서로의 이익을 함께 추구하는 것이라고 한다. ※ 호혜주의 : 두 나라가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서로 이익을 주고받자는 원칙.

국내 공공기관, 재단 등이 지원하는 교류 사업의 경우, 교류단체 간 상호 호혜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그 호혜성의 판단 기준이 예술단체 간 금전적인 부담이나 자본에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교류국가의 특성에 따라 그 나라의 예술가 및 예술단체가 처한 환경과 상황, 조건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 예술지원이 있는 나라와 국가 예술지원이 없는 나라의 경우, 자본의 환경이 절대 같을 수 없기에 동일한 비율의 예산을 부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민간예술단체 및 예술가들을 위한 국가 차원의 예술 지원금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 한국은 예술지원이 전국, 광역, 지역별로 구분될 만큼 세분화되어 있지만, 캄보디아를 비롯한 아시아, 중동, 중남미 등에는 국가의 예술지원이 전무한 나라들이 다수 있다. 그렇기에 창작교류를 위한 예산 비율을 각국 예술단체가 무조건 5:5로 정확히 나눠서 부담하는 것이, 공공지원 영역에서의 ‘교류 조건의 평등함’, ‘교류 조건의 우수성’으로 판단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시, 상호 호혜적인 창작교류에 대해 생각해본다.

국가 예술지원이 있는 나라의 예술단체는 예산을 더해서 창작교류의 확장 가능성을 이어가고,

다른 예술단체는 또 다른 가치를 함께 찾아냄으로서 창작교류의 균형을 맞춰나가는 것이다.

창작교류가 지닌 호혜성의 판단기준이 자본에 치우친다면, 결국 국가 예술지원이 있거나 예산이 탄탄한 특정 나라들의 예술가와의 창작교류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각 나라의 예술가마다 지니고 있는 예술적, 문화적, 자본적 가치를 각기 다르게 매김으로서, 상대적으로 균형을 맞춰나가고 상호 호혜성을 지켜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공공지원의 영역에서 이러한 상호 호혜성을 폭넓게 이해하고 사업에 유연하게 접목시키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 곳곳에는 다양한 환경 속에서 예술을 굳건히 지켜온 보석 같은 예술가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 다른, 나라와의 창작교류에 관하여

민간 영역에서 자발적이고도 유의미한 창작교류는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다.

오늘도 전 세계의 예술가들은 미지의 나라, 아직은 숨겨진 또 다른 예술가들을 찾아서

먼 바다를 항해하고 광활한 땅을 횡단할 준비를 하고 있다.

 

 

끝.

 

글.사진/원주문화웹진 전문필진 차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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