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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호


우리는 오늘도 같은 역사를 반복하고 있지는 않은가, 연극 <그때도 오늘>

우리는 오늘도 같은 역사를 반복하고 있지는 않은가, 연극 <그때도 오늘>

치악예술관 전경

 

원주에서 연극을?

부슬부슬 비 내리는 일요일 저녁, 치악예술관에 온 이유는 연극을 보기 위해서였다. 꿀 같은 휴일에 외출이라니 집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의아스러운 선택이었다. 길가에 보이는 연극 홍보에 시선이 갔고, 다소 충동적으로 예매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최고의 선택이었다. 원주는 아쉽게도 아직까진 문화예술 불모지에 가깝다. 예술을 함유하고자 한다면 서울을 가야 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건 편견이었다. 연극을 보고 치악예술관을 빠져나오며 생각했다. ‘이 좋은 극장을 왜 활용하지 않는 거지?’ ‘단차가 너무 좋잖아!’ ‘이런 공연 많이 유치해줬으면 더할 나위 없을 텐데…’ 오랜만에 제대로 된 힐링이었다.

 

* 단차: 공연장 각 열의 높이 차이

치악예술관 입구, 연극 <그때도 오늘> 포스터

 

과거는 현재 진행 중인가?

연극 <그때도 오늘>은 8월 27일 일요일 두 타임에 걸쳐 90분의 상영 시간을 가지고 진행됐다. 4가지 장소와 4가지 시간대를 가지고 총 8명의 배역이 등장하는 에피소드 형식의 공연이다. 두 배우가 8명의 배역을 연기한다. ‘그때’를 지금 ‘현재’로 여기며, 각자의 눈에 비친 미래를 확신하는 인물들의 향연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1920년대 광복 전의 모습, 1940년대 제주도, 1980년대의 부산, 2020년대 최전방 등 총 4가지의 배경을 통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때’와 ‘오늘’은 어떻게 다른가. 달라졌는가?

 

심오하게 시작해서 처음보다 조금은 유쾌하게 끝나는 에피소드가 관객으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알려주진 않는다. 묶인 실을 푸는 방법을 알려주는 극이 아닌 한참을 들여다보고 고민하고, 스스로 매듭을 풀어보게 한다. 내가 끌어안고 나온 의문은 ‘우리는 왜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가?’였다.

 

그때와 지금은 변화하지 않았다. 과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독립에 대한 다른 형태의 염원, 한민족 간의 전쟁, 대한민국 내부의 분열, 정치놀음의 꼭두각시가 된 보통 사람들. 극 속 모든 에피소드에 2023년의 우리가 담겨 있다. 가슴 아픈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되지만, 되풀이하는 건 그때를 겪고 희생한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을 위해서는 더욱이 안 된다. <그때도 오늘>은 각종 혐오로 점철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를 일깨워주는 연극이다. 잘못된 역사를 더는 이어가지 말고 끊어내라는 울부짖음으로 들린다..

연극 <그때도 오늘> 캐스팅보드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 마지막 에피소드, 가까운 미래 최전방에서의 후임 문석이 은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그는 갑자기 전쟁 그 자체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은 던진다.

 

우리는 왜 싸우는 걸까?’

 

가장 본질에 가깝고, 말문이 막히는 질문이다. 군복을 입고 총을 붙들고 최전방에 서서 하는 그 대사에 꼬리를 물고 들어가면 이유는 없어진다. 사람들은 행복하려고 살아간다. 온전한 행복을 이루기 위해 수단이 존재하는 것이지 수단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전쟁은 대다수의 행복을 위한 수단일까? 아니다. 물론 지금 당장 전쟁을 종식 시킬 순 없다.

 

하지만,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사람이라면 생각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날의 우리네 모습들을 보며, 오늘의 우리는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것인지. 현재의 우리가 걷는 발걸음이 곧 그때의 기록이 될 것이다. 만약 몇십 년 후에 연극 <그때도 오늘>이 돌아오게 된다면 ‘그때와 오늘’이라는 이름으로 재공연하길 바란다. 네 번째 에피소드를 마지막으로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본다.

 

글.사진/ 원주문화웹진 청년기자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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