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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호


흙으로 빚어내는 전통 도자회화의 멋, 도기자기 차정애 작가

[원주의 엄마 예술가. 03]

흙으로 빚어내는 전통 도자회화의 멋,

도기자기 차정애 작가

 

<편집자 주> 원주에서 ‘일하는 엄마’로 살아가며, 여성들의 서사에 귀를 기울이는 편집자이자 『엄마의 브랜드 vol.1』을 출간한 필자는 [원주의 엄마 예술가] 코너를 통해 원주에서 엄마로, 예술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도자기. 무실동에서 도기자기 공방을 운영하는 차정애 도예작가는 전통 방식으로 한국 고유의 도자기를 빚으면서 그 도자기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힌 그림을 그리는 작가다. 16년 전 원주로 이주한 차 작가는 2014년 서곡생태마을사업단을 통해 도예를 시작하게 됐다. 10대 때부터 도예가가 되고 싶었지만 여건이 되지 않았던 차 작가에게 도자기 사업단은 운명 같은 만남이었다. 그렇게 2년여 간 도예 작업에만 몰두한 결과 2016년 광주시가 개최한 ‘제4회 광주백자공모전’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하게 됐다. 그때로부터 전업 작가의 길을 걸어온 차 작가는 도자기를 종이처럼 생각하고 흙에다 그림을 그리는 ‘도자회화’에 능하다. 도예뿐 아니라 패랭이꽃그림책버스에서 그림책 제작 과정을 수료하기도 한 차 작가는 남편과 함께 자전적 이야기인 그림책 <검댕검댕>을 출간하기도 했다.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차정애 작가를 만나 작품 활동과 공방 운영, 앞으로의 계획 등을 물어보았다.

 

 

1. 작가님, 오랜만에 뵙네요. 잘 지내셨죠? 요즘 근황은 어떻게 되시나요?

한동안 개인 작업에 있어 정체되어 있었는데요, 요즘 들어 만들고 싶은 것들이 생겼어요. 작년에 분청 작업을 하면서 민화적인 표현을 해봤는데, 강진의 민화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어요. 올해는 연꽃을 모티프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어요. 도자에 그림을 그리는 게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 보니 한 가지 작업만 하다 보면 지루해질 때가 있어서 딴 길로 새기도 하는데요. (웃음) 최근에는 레진을 더한 연잎 모양의 수반을 만들었는데 전시 때 관람하신 분이 사가셨어요. 제 작품 활동 외에는 매주 지역아동센터, 보훈공단, 주간보호센터에서 대상자 분들과 도자기 만드는 수업을 하고 있어요. 저와의 수업을 통해 다소 거칠었던 성향의 분들이 순해졌다는 평가를 들으면서 보람을 느껴요.

 

2.작품 활동과 강사 활동을 병행하느라 바쁘실 텐데 늘 밝은 모습이신 거 같아요. 전업 작가로만 활동하는 데엔 아무래도 어려울 때가 있을 텐데요. 공방 운영에 있어 어떤 고민들을 하고 있으신가요?

도자기만 해서 먹고살기 힘드니 다른 것들을 시도해봐야 하나 싶은 고민이 있죠. 체험 활동을 나갈 때는 사금파리라고 하는 깨진 도자기를 활용해 풍경을 만들거나 냉장고 자석 등을 만들기도 해요. 도자기가 깨지면 썩지도 않고 묻어버릴 수도 없으니 처치 곤란일 때가 있는데, 그런 것들을 활용해서 다시 쓸모 있는 공예품으로 만들거나 교육 자료로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어요.

 

3.좋은 아이디어 같아요. 환경에도 도움이 될 거 같고요. 남편 분과 출간하셨던 그림책 <검댕검댕>의 주인공이 자녀의 이름과 같은 거로 아는데요. 이 스토리를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10년에 패랭이꽃그림책버스 교육을 들은 게 이 이야기를 쓰게 된 계기예요. 제가 먼저 수료를 하고 이후에 신랑과 큰아이도 수료를 했어요. 그 과정에서 <검댕검댕> 스토리가 나왔죠. 신랑이 쓴 글을 보고 제가 그림을 그려봤어요. 출판사에서 하는 공모전에 냈는데 떨어졌었죠. 그러다 2020년 광명시에서 주최하는 환경콘텐츠 공모 사업에 지원했는데 당선돼 출판지원금 500만 원을 받아 출간하게 됐죠. <검댕검댕>의 이야기가 환경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

 

4.<검댕검댕>을 본 자녀분의 반응은 어땠어요?

애들이 이미 커서 그런지 반응이 별로 없었어요. (웃음)

 

 

5.또 다른 그림책을 만들 계획은 없으신가요?

신랑이 이야기를 만들어 놓고 막내인 해서와 작업을 하려다 아이 입시 때문에 멈춘 게 있어요. 신랑이 어릴 때 서커스를 보러 갔던 이야기를 글로 쓴 것인데 그림책으로 엮어보고 싶고요. 또 다른 이야기는 제가 서곡에서 도예 작업을 할 때 가마가 밖에 있었어요. 가마 불 때는 날이 되면 온 동네 고양이들이 가마 주변에 있으면서 겨울을 보내곤 했는데 그걸 보면서 고양이 찜질방을 떠올렸어요. 성인 대상의 그림책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이야기예요.

 

6.공방에서는 작가님의 개인 작업 외에 또 어떤 것들을 하고 있나요?

공방에서 별도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없지만, 서곡에서 학부모 모임으로 시작했던 도자기 동아리 팀이 있는데 11월에 전시를 목표로 하고 있어 그분들이 공방에 와서 작업하고 있고요. 2019년부터 자연드림에서 시작한 그림 그리는 모임도 아크릴화로 11월에 전시를 준비하고 있어요. 취미로 시작한 분들이니 즐겁게 그림 그리는 걸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고요.

 

7.도자회화에 능한 작가님이신데요. 요즘은 어떤 작품을 구상하고 계신가요?

제 작품은 여전히 회화가 주라고 생각해요. 만드는 것보다 그리는 게 재밌고요. 도자기에 다루는 물감이 저에게 잘 맞는 도구 같고요.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가 신선하다고 느껴서인지 스스로 만족감도 높은 편이에요. 다른 건 몰라도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것에 있어선 대한민국에서 손꼽을 만한 실력을 갖췄다는 자신감이 있죠. 그래선지 이 작업이 스스로 기죽지 않게 만드는 동력이 되기도 해요.

물론 작품 내용에 대해선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외국에 나가면 중국, 일본, 한국 작품은 서로 비슷하다는 인식이 있어요. 생김새와 사는 형태가 비슷하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고유한 그 나라만의 특징은 분명 있거든요. 민화에서 나오는 기법, 문양도 굉장히 다르기도 하고요. 그런 것들을 좀 정리해서 보여주고 싶어요. 이 작업은 틈틈이 계속해야 할 거 같아요.

이것과 별개로 재작년에 새 모양으로 환경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있는데요, 이 작품을 만들면서 현재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을 그려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떤 이야기들이 좋을까 싶어 열심히 관련 책들을 찾아보고 있고요.

 

8.작품을 통해 작가님께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희망을 주고 싶어요. 제가 작업했던 작품들은 다 희망을 담았던 거 같아요. 민화 자체가 어떤 기원을 담은 거잖아요. 출세하게 해주세요, 아들 낳게 해주세요 하는 염원을 담은 게 민화인데 그런 바람이 담긴 걸 좋아해요. 환경에 대한 이야기도 우리가 사는 동안에는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쓰레기고 거기에 있는 어떤 해답을 찾으려고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답답한 현실이지만 그래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걸, 은밀하게 감추기보단 대놓고 표현하고 싶고요.

 

9.엄마 예술가로 살아가는 데 있어 일과 육아를 양립하기 위해 작가님께서 세운 나름의 기준이나 태도는 무엇인가요?

삼남매를 키우면서 완벽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저만의 기준이에요. 작가로서의 삶도, 아이들 엄마로서의 삶도 완벽하지 않아요. 아이들이 저를 참 많이 봐주고 있는 거라 생각하고요. 집안일도 하기 싫을 때는 누군가 하겠지 하면서 쌓아놓고 나와요. (웃음) 아이들이 어릴 때 원주로 이사 왔는데 확실히 어릴 때는 전원적인 환경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서울은 유치원생부터 경쟁을 시키는데 여기는 비교적 순수하고 말간 아이들 성향에 저희 아이들도 적응을 잘했죠.

 

10.앞으로의 계획과 바람 나눠주세요.

작가로서 유명해지는 게 계획이자 바람이에요. 내년에 도전해보고 싶은 사업 중 하나가 강원도 전시 지원 사업인데요. 그 사업을 통해 전시도 기획해보고 살롱 문화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또 개인적으로 해마다 외국 공모전에 도전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말 재주가 좋거든요. 그런 면에서 작더라도 외국에 나가서 뭔가를 해봐야 성과가 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계속 도전하고 있어요. 예술도 산업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누군가 사주는 사람이 있어야 그 분야가 발달되거든요. 상업적인 것들을 외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니 그런 면에선 솔직하게 인정하는 게 좋다 생각하고요. 어른이 어른 노릇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어요.

 

글.사진/원주문화웹진 전문필진 권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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