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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2020


나에게 주는 선물

12월은 한 해의 마지막 달이자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크리스마스가 속해 있는 달이다. 모두가 언제 첫눈이 오는지, 크리스마스 선물은 무엇일지, 그 날 무엇을 하고 보내며, 누구와 보낼지. 이러한 고민을 하며 행복하게 12월을 기다린다. 또한 한 해동안 열심히도 살았다며 자신을 위로하고, 대견해 하며 나만을 위한 선물을 하고는 한다. 누구나 의미있게 생각하는 마지막 달, 12월에 내게 주는 선물은 무엇일까.

 

어느 여름날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유명인은 공방에 가 본인이 사용할 나무 도마를 제작했다. 계속해서 사포질을 하며 거친 표면을 다듬고. 자신의 닉네임이나 명언을 각인한다. 시중에 판매되는 도마에서 충족시키지 못한 마음을 그제서야 충족한다. 꽉 찬 행복을 가득 안고 웃는 유명인을 보며 나 역시 설렘에 빠져들곤 하였다. 나도 나무 도마를 만들고 싶다, 라고.

 

 

12월을 앞둔 11월의 어느 날, 원주 일산동에서 열린 ‘이작가의 목공 놀이터’에 참가했다. 7시였지만 겨울인지라 일찍 저버린 해를 뒤로하고, 추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도착한 카페, 파이프는 마치 크리스마스 영화에 나올만한 장소였다. 2층집을 개조한 듯한 분위기의 카페는 갈색의 색감이 듬뿍 묻어났고, 어느 곳으로든 시선을 돌리면 마치 할머니집에 온 것 마냥 포근함이 가득찼다. 문을 열면서 느꼈던 색감, 기분, 감정은 카페를 전부 둘러볼 때까지 이어졌다. 곳곳에 놓여있는 손님들을 위한 테이블과 의자 역시도 따뜻함에 듬뿍 절여진 느낌이었다. 이미 기분은 만족스러웠다. 나를 위한 선물을 만들러 온 이곳은 벌써부터 행복을 가득 안고있었다. 카페의 모든 곳에서 따뜻함이 퐁퐁 솟아나고 있었지만, 더욱 강조하고 있는건 이강산 디자이너의 전시된 작품이었다. 깊은 손길이 담긴 작품들은 사랑스러운 이 카페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마치 한 가족인 마냥 스며들어왔다.

 

 

 

행복을 가득 안고 카페 한켠에 마련된 작업실로 향했다. 오로지 목공 놀이터에 참여할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공간에는 내가 그토록 원했던 선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갑, 앞치마, 사포, 조각칼. 그리고 그 사이에 놓여져 있는 거친 표면을 자랑하는, 이미 재단되어 있는, 그러나 가공되지는 않은 나무 도마. 나는 벌써부터 행복을 느꼈다.

 

 

작업은 프로그램과 동일했다. 장감을 끼고, 앞치마를 매고. 준비를 마친 뒤 설명을 들으며 사포질을 시작했다. 2시간 남짓, 짧은 시간동안 하는 일의 90%는 모두 알다시피 사포질이었다. 도마의 평면과 손잡이 부분의 거친 부분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일이 전부였다. 일은 어렵지 않았다. 이미 재단되어 있기 때문에 크게 어려운 점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힘을 써서 사포질을 하는 부분은 내게 있어 큰 어려움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2시간 동안 나를 위한 선물을 만들었다. 내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평소 받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은 무엇일까 고민해본 적이 있다. 이제 어른이 된 지금은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믿지는 않지만 크리스마스 선물을 핑계로 갖고 싶은 선물을 사고는 했다. 올해 나에게 있어 그 선물은 ‘나무 도마’였다. 요즘에는 많은 청년들이 자신들을 위해 선물을 주고는 한다. 물질적인 것이 될 수도, 아니면 감정적으로 충족시켜주는 그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 한 해 동안 열심히 달려온 자신을 위해 수고했다며 내미는 선물을. 참 수고 많았다고, 열심히 살았다고. 그리고 다가오는 2020년에도 열심히 살길 바란다는 마음을 품고서 자기 자신에게 주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2019년의 청년들에게 말하고 싶다. 열심히 살았나요? 그러면 그런 자신을 위해 선물을 하는 것이 어떨까요. 당신의 크리스마스가 저처럼 포근함으로 물들기를 바래본다.

 

 

글·사진: 주아현 청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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